기억 속 한 자리

2년 후... 따뜻한 봄 햇살이 비추는 카페 창가 자리에 봄 햇살을 닮은 청순하고 단아한 여인이 앉아 테이블 위에 다이어리를 올려놓고 뭔가를 열중해서 적고 있었다. 그렇게 열중해서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과 미소 짓는 모습이 그녀를 얼마나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지, 주위의 남자들이 그녀의 모습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조차 그녀는 깨닫지 못했다. 그저 꿈을...

“야! 입 찢어지겠다, 입 좀 다물어라~!” “후후.” “쯧쯧쯧.” 오늘 드디어 지원이랑 민선의 결혼식 날이다. 그래서 저 녀석의 입에서 저렇게 웃음이 떠나질 않고 있었다. 저 녀석이 예전의 그 과묵하던 놈인지, 원. “부러우면 부럽다고 할 것이지.” “부럽긴 뭐가 부럽냐?” “어린 나이에 벌써 결혼하는 네가 불쌍한 거지~!” “내가 행복한 거지. 너희는 ...

“지원씨, 잠깐만. 나 떨려.” “괜찮아. 맘 편하게 생각해. 우리 부모님 집안 따지거나 그러는 까다로운 분 아니셔. 오히려 바보 같은 아들 데려가 주는 널 보고 싶다고 하셨어. 그러니까 편하게 생각해.” “응.” 지원은 민선이 어느 정도 가라앉는 것을 보고는 초인종을 눌렀다. “그래, 지원이 왔구나. 어서 들어와라.” “네. 자, 들어가자.” “응.” 그...

지원은 잠에서 깨 기지개를 켜다가 옆에 민선이가 없는 것을 깨닫고는 놀라 벌떡 일어났다. '설마 또 몰래 떠난 건 아니겠지?' 그는 두려움에 떨며 급하게 바지만 걸치고 민선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집안 어느 곳에도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점점 공포를 느끼며 그는 현관문을 부술 듯 열어젖히고는 밖으로 나왔다. 그러다 강가 옆 벤치에 앉아 있는 그녀를 발견하고는...

침대에 누워있는 민선의 손을 꼭 잡은 채 그녀를 바라보는 지원의 눈빛은 자책으로 가득 차 있었다. 쓰러지는 그녀를 봤을 땐 마치 심장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처음 만났을 때의 초롱초롱하고 귀엽고 통통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침대에는 마르고 창백한 모습의 그녀가 누워 있었다.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어루만지던 그는 그녀를 이렇게 만든 것이 자신이라는 사...

지원은 거의 일주일 만에 멀쩡한 상태로 잠에서 깨 욕실로 갔다. 욕실로 들어간 그는 정신을 맑게 하려고 찬물로 샤워를 한 다음 다시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앉아 어제 기준이 놓고 간 책을 집어 들었다. [기억 속 한 자리, 김민선 지음] 기준이 이 책을 놓고 간 다음 그는 이 책이 은선 아니 민선 아무튼 그녀의 소설이라는 걸 알고는 그대로 집어던져 버렸다. ...

승훈은 민선이 계속 휴대폰을 받지 않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혼자 있고 싶다고 했지만, 강제로라도 데리고 왔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수화기를 내려놓고 민선의 집으로 향했다. 민선의 집에 도착해 여러 차례 초인종을 눌러봐도 안에선 여전히 대답이 없자 걱정이 되어 어제처럼 혹시나 하는 생각에 손잡이를 돌려보았다. 그의 생각대로 ...

민선은 그 일 이후 며칠 동안 집밖으로 나가지 않은 채 방안에 틀어박혀 식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하며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승훈의 말대로 모르는 전화는 받지 않으려고 휴대폰은 진동으로 해놓고, 집 전화는 아예 코드를 빼놓고 말이다. 침대에 웅크리고 멍하니 앉아 있던 그녀는 테이블 위에 놓인 휴대폰 진동 소리에 몽상에서 빠져나왔다. 긴장하며 휴대폰을 든...

<최근에 인기를 얻고 있는 김민선씨의 소설 “기억 속 한 자리” 가 루시퍼와 관련된 실화가 아니냐는 루머가 돌고 있습니다. 주로 여성 독자들을 상대로 하는 이 소설은 처음에 독자 몇 명 즉 루시퍼의 몇몇 팬이 읽고 나서 등장인물이 루시퍼와 너무나도 흡사하다는 글을 팬 사이트 여러 곳에 올림과 동시에 궁금해 하는 글과 동의의 글들이 빗발치듯 올라와 특히...

“민선아! 니 소설 대박 났어!” 민선은 식전 아침부터 전화가 와서 잠에서 깨 괜스레 짜증이 났는데 승훈의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소리에 놀라 잠이 싹 달아났다. “뭐? 무슨 소리야!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야?” “진짜라니까~! 벌써 여러 서점에서 재주문이 들어오고 있다니까.” “정말이야? 선배 농담하는 거 아냐?” “짜샤~ 이런 걸로 농담 하냐?” “...

3일전, 2월 5일! 드디어 선유의 행복한 결혼식이 있었다. 그들이 간 후 며칠 뒤에 연락을 받고는 수속을 밟아 일주일 전 티켓을 예매해놓고 나서 바로 선유에게 전화를 했었다. 그랬는데 갑자기 예약 전날 저녁에 닉이 그녀를 배려해 데려갈 전용기를 보내왔다. 처음엔 너무나도 생소하고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 깜짝 놀랐지만 결국 준비해둔 가방을 들고 전용기에 ...

콘서트를 다녀온 뒤로 민선은 전보다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그것이 진짜인지 아니면 겉으로만 그러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선유야~ 밥 다 차렸어. 어여 와~!” “응, 지금 가고 있어.” 선유는 임신으로 날이 갈수록 피곤해짐을 느끼며 주방으로 향했다. “읍~!” 민선은 선유가 주방으로 들어오다 갑자기 입을 틀어막으며 화장실로 달려가는 모습을 보고는 ...